처음 임신 소식을 듣고 나면 누구나 기쁨에 들뜹니다. 하지만 그 기쁨이 예상치 못한 상실로 이어질 때가 있습니다. 한 번도 아닌 여러 번 반복되는 유산은 단순한 신체적 경험을 넘어선 깊은 심리적 고통입니다. 오늘은 반복 유산을 겪는 분들이 마주하는 내면의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상실이 반복될 때 찾아오는 감정들
반복 유산을 경험하게 되면 몸과 마음이 동시에 힘들어집니다. 처음엔 '혹시 내가 뭔가 잘못한 걸까'하는 생각부터 시작됩니다. 아무리 조심해도 같은 일이 반복되면 자신의 몸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개인적으로 주변에서 이런 경험을 하신 분을 봤는데, 임신 소식을 듣고도 마냥 기뻐하지 못하더라고요. "또 안 될까봐"라는 두려움이 먼저 앞서는 모습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희망을 품기도 전에 이미 상실을 예상하게 되는 겁니다.
병원에서 원인 불명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더욱 막막합니다.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니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방법이 없습니다. 수많은 검사를 받고 팔에 바늘 자국이 늘어나도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다시 시도해봐야 한다"는 말만 반복해서 듣게 됩니다.
주변에서 "괜찮아질 거야", "스트레스 받지 마"라고 위로해주지만 솔직히 그 말들이 힘이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당사자만이 느끼는 고통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기를 잃는다는 건 단순히 임신이 실패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마음속에 그려왔던 미래의 모습을 잃는 일입니다.
몸은 임신을 할 수 있는데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가장 괴롭습니다. 자신의 몸이 배신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잘만 하는데 왜 나만 이럴까"하는 생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런 감정은 혼자 삭이기엔 너무나 무겁습니다.
매번 다시 희망을 품게 되는 이유
그런데 신기한 건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시도하고 싶어진다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처음엔 "한 명이면 충분해"라고 생각했다가도, 파트너의 마음이 변하면 내 마음도 따라 움직입니다. "나는 너무 많은 걸 바라는 사람으로 보일까" 걱정되지만, 결국 다시 도전하게 됩니다.
요즘은 의학 기술이 발달해서 여러 방법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방법도 100% 보장하진 못합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다시 병원을 찾습니다.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잡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니까요.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어떤 분은 다섯 번의 유산 끝에 아이를 얻었다고 합니다.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됩니다. 매번 희망을 품고, 매번 좌절하고, 그래도 다시 일어서는 과정의 반복입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가장 고통스럽습니다. 몇 주, 몇 달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냅니다. 그 기다림 속에서 온갖 생각이 다 듭니다. "이번엔 괜찮을 거야"라는 희망과 "또 안 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이 공존합니다.
잃어버린 아이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아픕니다. 그 슬픔을 다 치유하기도 전에 다음 시도를 준비해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하나의 상실을 충분히 애도할 시간도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그래도 계속하는 이유는 결국 아이에 대한 간절함 때문입니다. 포기하면 편할 것 같지만, 그 선택은 더 큰 후회로 남을까봐 두렵습니다. "그때 한 번만 더 시도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기다림을 통해 배우는 것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뀝니다. 처음엔 "무조건 아이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어느 순간 "지금 있는 가족도 충분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세 식구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는 겁니다.
물론 이건 쉽게 오는 깨달음이 아닙니다. 수많은 눈물과 좌절을 겪은 후에야 얻어지는 마음의 변화입니다. "우리는 이걸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첫 단계입니다.
다른 평행세계에서는 지난 2월에, 혹은 7월에 아이를 낳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세계에서 우리는 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병원 대기실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 시간이 참 길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기다림 속에서도 우리는 성장합니다. 인내심을 배우고,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받아들이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혹시 비슷한 경험을 하고 계신가요?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 당신의 감정이 이상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조금은 덜 힘듭니다. 꼭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 우리를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상처는 남지만, 그 상처를 통해 더 깊이 있는 사람이 됩니다.
무엇보다 자신을 너무 탓하지 마세요.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몸이 말을 안 듣는다고 해서 당신이 부족한 사람인 건 아닙니다. 때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맡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